소품종 대량생산에 발목 잡힌 교육,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1. 우리나라 교육의 경제 성장 배경
1960~80년대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당시의 교육은 국가의 산업화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많이, 빠르게, 효율적으로' 사람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시기의 교육은 말 그대로 소품종 대량생산형 교육이었습니다. 표준화된 교육과정, 시험 위주의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시 중심의 교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는 당시에는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일정한 역량을 갖춘 인력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했습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산업 구조는 서비스와 창의 산업 중심으로 이동했으며, 사회는 점차 다양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2. 여전히 반복되는 '입시공화국'
문제는, 시대는 변했지만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한 주입식 교육, 반복 학습 중심의 커리큘럼, 수능과 내신이라는 양대 평가 시스템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물론 교육 당국은 다양한 입시 전형을 도입하고, 교과 활동 외에도 비교과 활동을 평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핵심은 정시냐 수시냐일 뿐입니다. 결국 학생들은 여전히 입시를 위해 학원을 전전하고, 본인의 흥미나 적성보다는 점수 잘 나오는 과목에 집중하며, "선택"이라는 이름의 강요된 트랙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 그리고 주체적 학습 역량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정해진 틀 속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데 익숙해집니다.
3. 10대를 허비하고 있는 교육 현실
현재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은 말 그대로 10대를 통째로 입시 준비에 바치고 있습니다. 특히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사실상 입시 전쟁에 돌입합니다. 이는 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도 막대한 비용을 요구합니다.
입시 부담은 가정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됩니다. 2024년 기준 사교육비는 이미 29조 원을 넘어섰고, 학생들의 정신 건강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자살률, 우울감, 학업 스트레스 모두 OECD 최상위권입니다.
4. 무엇이 진짜 인재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단순히 암기 잘하고, 문제 잘 푸는 인재가 아닙니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창의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표준화되어 있고, 시험 문제 하나하나에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창의성과 다양성은 시험이라는 틀 속에서 억압받고 있습니다.
5. 진짜 전환이 필요한 때
이제는 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 단순히 입시 제도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 철학 자체를 전환해야 합니다.
- 주입식 교육 → 탐구 기반 학습
- 정답 중심 평가 → 과정 중심 평가
- 경쟁 중심 환경 → 협력과 성장 중심 환경
- 획일화된 진로 → 다양한 가능성 탐색 지원
교육은 단순히 대학에 보내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단순히 점수 몇 점으로는 재단될 수 없습니다.
6.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의 역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은 학생에게만 맡길 수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부모, 학교, 정책 입안자, 지역 사회 모두가 학생의 삶의 질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능을 준비하며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괜찮아, 너의 방식대로 살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