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광풍 뒤에 숨은 구조적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다
최근 의료계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가 있다. 언뜻 보면 이는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와 해외 사례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이 문제가 단순히 인력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 양성 구조 전체에 대한 질문임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감정적 논쟁을 잠시 내려놓고,
왜 ‘2등 의사’라는 말까지 등장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정리해 본다.

의대 광풍은 왜 멈추지 않는가
의대 진학 열풍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다.
높은 사회적 신뢰, 안정적인 소득, 전문직으로서의 지위는 오랜 시간 동안 의사를 ‘최상위 진로’로 자리 잡게 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 불안정한 고용 시장
- 전문직 양성 체계의 약화
- 다른 고소득 전문직 진입 장벽 완화 실패
이러한 요인이 겹치며 의대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됐다.
그 결과, 의대 증원 논의는 수요 조절이 아닌 공급 확대라는 단순한 해법으로 제시되었다.

지역의사제, 의도는 옳지만 구조는 복잡하다
정부가 제시한 지역의사제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역·필수 의료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사를 ‘어디에 묶어둘 것인가’가 아니라,
‘왜 그곳에 남고 싶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지역정원제 사례를 보면 시사점이 분명해진다.
- 지역정원 출신 의사의 90% 이상이 졸업 후 대형 병원으로 이동
- 의료 취약 지역에 실제로 남은 비율은 20%대
- 가장 큰 이유는
👉 최신 의료기술 습득 기회 부족
👉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
즉, 제도는 있었지만 전망은 어두웠다.
‘2등 의사’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
‘2등 의사’라는 표현은 누군가를 비하하기 위해 등장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의사 스스로가 느끼는 두려움에서 나온 말에 가깝다.
의료 현장은 빠르게 변한다.
- 신기술
- 신약
- 진료 패러다임
이 흐름에서 벗어나는 순간,
실력 격차는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진다.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것이
‘헌신’이 아니라 ‘불이익’으로 인식되는 구조라면,
그 제도는 오래가기 어렵다.
진짜 문제는 ‘양’이 아니라 ‘경로’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과,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은
사실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부족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 합리적인 배치 구조
- 성장 가능한 경력 경로
- 지역에서도 존중받는 전문성 시스템
단순히 숫자를 늘리면
- 입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 의대 진학 연령은 낮아지며
- 의료 교육의 질 관리 부담은 커진다
그렇다고 지역 의료가 자동으로 살아나지도 않는다.

교육과 의료는 닮아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지역 학교에 교사를 배치한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저절로 올라가지 않는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이제 질문은 분명해졌다.
- 의사를 어디에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 어떻게 하면 그곳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할 것인가
- 지역 의료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의료 인력 정책을 입시 정책으로만 다루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의대 증원 논의는 반복될 것이고
현장의 불안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의대 광풍은 개인의 욕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안에는
- 사회 구조의 불안
- 전문직 경로의 단순화
- 정책 설계의 한계
가 함께 얽혀 있다.
지역 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의사를 ‘붙잡는 제도’보다
의사가 스스로 남고 싶어지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지금은 그 질문을 다시 꺼내야 할 때다.